11일엔 재판이 밤 11시 30분 정도에 끝났다. 집에 들어오니 새벽 2시, 재판 과정을 정리하자니 보통 일이 아니다. 민주 시민 역할이 만만치가 않다. 재빨리 이를 정리하다 끝내 못 참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글을 올리고 헐레벌떡 재판정에 가니 재판 시작 후 20분여가 지난 시간이다. 사실의 확인을 나열하는 글 정도여서 내심 찜찜하지만, 사실을 그대로 알리는 일도 또한 중요할 것 같다. 이를 토대로 많은 분이 여러 시각에서의 좋은 글들이 써주시겠지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12일, 오늘 재판은 어제에 이어 총리 공관에서의 상황을 묻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곽영욱 증인은 어제 재판정에서 발언한 것이 사실이라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의자에 놓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심문조서의 내용은 그렇지 않다. 출입문 근처에 서서 직접 손에 전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의자 이야기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문은 열려 있었고 “앞서서 나간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걱정을 안 했느냐?”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얼른 놓고 나왔다.”라고 대답한다. 양쪽 주머니에서 작지도 않은 봉투 두 개를 꺼내 의자에 놓은 동작이 과연 평범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질 수 있는 동작인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
11일 재판에서 오찬장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나왔다고 하면서도 뒤에 남아 돈을 두고 나왔다는 증언은 누가 들어도 배치되는 증언이지만 증인은 그렇게 말할 뿐이고, 이의 판단은 재판부가 내릴 일이지만 “열린 문 넘어 앞서 나간 정세균 당시 산자부 장관이나 동석했던 인사들이 보였느냐?”라는 질문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고, 더군다나 총리공관에서의 오찬장인데 경호원과 의전팀, 수행비서, 음식 서빙하는 직원들을 본 기억도 전혀 없다는 그의 증언이 얼마나 신빙성을 갖게 될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 전 총리가 오후 일정이 있어 혹시 먼저 나갔는지까지 의구심을 표하는 증인이니 다소 의도적이라고 표현해도 가능할 듯하다.
그는 현재 횡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간의 조사에서 횡령액의 총액은 83억에서 38억으로 줄었다고 한다. 비자금을 조성해 공적으로 사용한 부분이 개인 횡령 사건의 횡령액에서 빠진 결과인 것 같다. 그는 대한통운 법정관리인 직에서 물러난 이후 약 14만 달러의 외화를 팔았고, 동시기에 약 6만 달러를 매수했다고 한다. 매수 시기는 대개 외국 여행 일정에 맞추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출국 때마다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재임 시에는 지사장들이 헌 수표와 달러로 업무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조달해 왔다고 하는데, 14만 달러는 퇴임 후에도 남은 돈을 판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검찰 조서의 내용은 또 다르다. 자녀들이 달러를 보면 막 가져갔다는 식이다.
검찰이 제시한 환전기록을 보면 2007년 이후 그가 판 달러의 총액은 약 6만 달러다. 매입은 2만 달러로, 외국 체류 시에 소비했다고 한다면 그가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주고 난 후에도 6만 달러가 남아 이를 매도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퇴임한 2005년 6월 이후 오찬이 이루어진 2006년 12월까지 1년 반 동안 판 달러의 합계는 결과적으로 8만 달러다. 장기간에 걸쳐 차근차근 달러를 팔아 왔다는 것이고, 이는 드러난 사실만을 토대로 한 것이다. 암달러상에게 팔았거나 기타 자금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일이고, 의자에 두고 왔다는 5만 달러를 더하면 모두 19만 달러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과연 그런가? 5만 달러가 14만 달러에 포함되었었는가, 아니면 19만 달러였는가가 궁금할 뿐이다.
그가 한 전 총리를 처음 알게 되었다고 기억하는 일자도 변경되었다. 1998년인가 99년으로 기억한다고 한 증언이 오늘 공판에서는 2,000년 9월에 있었던 여성단체연합 행사에서 처음 수인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 전 총리는 1996년 이후 여성단체와 관련한 직을 맡은 바가 없다고 하는데, 그는 이 행사 후원금 조로 1천만 원을 한 전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단체후원 이외에 개인에게 준 돈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기억이 없다는 답변뿐, “빈손으로 갔을 리는 없었을 것”이라든지 “행사장 방문 시 전달했을 것이다.”라는 추측성 발언으로 변호인의 재질문을 받고 있는데, 검찰 측이 피고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투로 변호인 심문에 개입하다 법정이 소란스러워지는 일이 벌어졌다. 곽영욱 증인은 추궁하는 변호인이 마치 검사 같다고 하고, 재판장이 나서 추측성 발언을 하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는데, 무엇보다 검찰 측의 태도는 변호인의 심문방식에 제한을 가하고 증인의 증언을 검찰 기조에 맞게 조정하려 개입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우리 검찰은 문화가 잘못되어서인지 법정이라는 공개된 공간에서 자신의 논리를 증명하는 일에 미숙한 것이라고 하면 과한 비판일까? 오늘 한순간 검찰은 곽영욱 증인의 변호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곽영욱 증인의 변호인들은 뒤에 앉아 묵묵부답!
2001년 1월에 여성부 장관에 취임한 한 전 총리와 개별적으로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만난 적이 없다고 증언하면서 2002년 8월 21일에 한 차례 만나 한 전 총리에게 골프채를 선물했다고 증언했다. 골프용품 상점에 방문하기 전에 식사를 함께한 곳이 어디인지, 식사를 함께했는지도 기억을 못 하는데,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은 대한통운 직원이 그렇게 증언해 알았다고 한다. 검찰이 골프용품 상점의 장부를 제시하기까지 선물한 기억이 없었다는 것이다. 왜 검찰은 관계도 없고 처벌 가능성도 없는 골프채 선물 문제를 이렇게 파고들었을까? 이게 궁금하다.
더욱 문제는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의 발언에서 불거졌다. 한 전 총리는 그 이전이나 이후, 지금까지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이며, 당시 점심을 하자고 해 만나 식사를 하고 난 뒤에, 어디로 가자고 해 동행했더니 골프용품 상점이었고, 이미 준비된 골프용품 풀세트를 선물하겠다 하기에 거절했으며, 강권하는 성의를 생각해 모자 하나만 가져가겠다 말하고 모자 하나를 골라 들고 헤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그 골프채 세트는 어디로 갔을까? 이건 검찰이 증명해야 할 일이다. 초보자 여성에게 혼마 4스타 세트를 골라 선물하려고 했다는 점부터가 이상하다는 의견이 있어서인지 변호인은 곽영욱 증인에게 부인은 현재 어떤 상표의 골프채를 사용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당시 대한통운 계좌에서 인출한 수표 2천만 원으로 2벌의 세트를 구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털면 털수록 창피한 일이 벌어지는 현장에 앉아있자니 괜한 마음이 또 든다. 나와는 딴 세상의 일 같기도 해서인지…. 변호사가 묻는다. “그럼 배달시켰나요?” 당연히 증인의 대답은 “기억이 없다.”였다.
이제 우리는 5만 달러를 실제 가져간 의자를 찾아야 하고, 골프채를 실제로 가져간 누구인가를 찾아야 한다. 참 쉽지 않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일은 있다. 나름대로 공판중심주의가 지켜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무죄에 대한 예단을 줄 수 있었던 종래의 조서 위주 공판에서 공개 심리, 직접 심리, 구두 변론을 위주로 유무죄를 판단하고자 하는 원칙이 지켜지는 모습은 어제의 공판에서 볼 수 있었다. 어젯밤, 시간이 늦어져 심리가 중단되자 변호인 측은 그때까지 진행된 부분을 제외하고 배포됐던 심문조서를 모두 회수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변호인이 어떤 반대심문을 할지 미리 알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뭔 일이 일어날지, 어떤 근거를 들어 상대를 현장에서 곤경에 빠뜨릴지 모르는 이 재판정에서 검찰이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예상컨대 점입가경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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