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공무원'의 멘토 -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편집 전 칼럼]


답답해서 MBC 100분 토론을 끝까지 다 보지 못했다. 중요한 이유는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닮은꼴인 그는 부동산 분양업자 수준의 말주변을 갖춘 인물이었고 의식의 저변에 우월심리까지 보여주는 추태를 보였다. 원형지를 국민이 잘 몰라서 그런다는 등, 그야말로 장관급 각료가 공영방송에 나와 토론하는 태도가 그 정도라니 행정고시 출신의 공무원으로서 장관급 국무총리실장에 오른 그는 대한민국 직업 공무원의 수장이랄 수도 있을진대, 그를 보고 있자니 공무원 사회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두려움만 더 커진다.

번드레한 양복에 최고급 필기구를 갖춘 1949년생의 권태신 씨가 맡은 자리는 국무총리실장으로 장관급이다. 내각을 실제로 조정·총괄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는 재경부에서 뼈가 굵은 관료다. 경북 영천 출신의 그는 더군다나 노태우 정부, YS 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내리 4개의 정권을 거치면서 그때마다 대통령비서실에서 얼마간씩 근무한 바 있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2008년에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차관급), 2009년 1월에 지금의 국무총리실장에 오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 공영방송 토론회에 나와 이명박 정부 수정안의 당위성을 주장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이 부분은 개인의 양심에 물어볼 일이지만, 그는 어쩌면 '영혼 없는 공무원'을 대변해주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만약 사실에서도 그가 우리 공무원의 정신적 멘토, 처세의 전형을 보여주는 표상이라면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답이 없을 것이다. 영혼 없는 공복을 부리며 주인이 행복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 관료가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맞다 하더라도, 관료는 정권의 변화에 불편부당해야 맞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그가 대국민 설득에 이용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일 것이다.

그가 말했듯이 세종시 부지 확보에 든 총액을 나누어 수용가를 산출해보면 약 20여만 원 이상의 금액을 들여 정부가 땅을 사들였다. 원형지라는 것이 땅을 사서 그냥 기업에 파는 것임은 맞다. 그런데 그 땅의 여건과 주변 환경은 엄청나게 변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선정된 지역으로 도로, 수도, 전기, 통신 등 최고의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세종시 수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의 무지막지한 지원이 이어질 것이다.

시쳇말로 부동산 하면 대한민국 사람 누구도 이제는 한가락하는 수준인데 3.3 제곱미터당 36~40만 원 선에 대기업에 공급하기로 했다는 이 부지들이 수용 시의 가격에서 이 정도만 올랐으리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을까? 시골의 절대농지도 옆에 도로가 개설되면 값이 오른다.

또한, 수정안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학교, 연구소 등에 공급하는 토지 가격은 서로 다르다. 중소기업에는 50~100만 원 수준으로 공급한다고 한다. 그럼 토목공사 비용을 들이고 나면 얼마인가? 결국, 능력이 있는 대기업과 대학 등만 수지가 맞는 일이다. 지금의 분위기로 보면 서울대도 언제인지 모를 날에 법인화가 되겠지만, 그곳에 국립대학이 들어간다면 모를까 결국 학교 재단 또한 엄청난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지긋지긋한 사학재단들이다.

땅을 사는데 돈을 투자한 기업이나 대학들이 당장에 얻을 현금 이익은 없다고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변명할 것인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현금이다. 땅이 있는 자에게 그 원형지를 주면 기존의 땅과 해당 부지를 담보로 은행 돈을 끌어대 공사하는 것이고 그러면 또 그 부지와 건물의 가격은 오른다. 솔직히 맘만 먹으면 완공 후에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만 일부분 이전하면 원형지 값을 갚고도 남을 것이다. 땅이 없는 중소기업에 그 땅을 주면 분양 대금 마련도 어려울뿐더러 부지 조성 비용을 마련하는데에도 크게 고생할 것이다. 더군다나 단시간 내에 활용하는데도 불편한 세종시 부지를 중소기업이 분양받으려고나 할까?

경북고를 나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외국에서 석사 학위까지 받은, 재경부 말뚝인 그는 이런 사실을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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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5 15:19 2010/01/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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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폼잡으면서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까지 들먹이면서 [2010/01/15 16: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에서 통하지 않는 술수입니다.

    • 논가외딴우물 [2010/01/16 04: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혀 경제 관료답지 않았죠? 공무원들이 많이 부끄러워 했을 것 같네요...

  2. 숨찬도시 [2010/01/15 18: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100분 토론 끝까지 보았습니다.
    물론 저 양반 때문이지요.
    첨엔 좀 짜증이 났지만 세종시 수정안을 수립하고 홍보하는 공무원이 저리도 없었을까 하는 안쓰러움이 생기더군요.
    근데 생각해보니 급조된 수정안을 홍보 하려니 왠만한강심장(?)과 뻔뻔함이 아님 힘들었을텐데
    나름 정부쪽에서 신경 많이 썼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덕분에 토론이 좀 싱겁긴 했지만 (손석희 선생님이 그립더군요^^)
    그나마 저 양반 때문에 늦은 시간 즐겁게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가만보면 100분토론은 가끔 저런 양반들 한명씩 출연을 시켜 나름 따분한 토론 방송에 재미를 주더군요.

    • 논가외딴우물 [2010/01/16 04: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만약 상대 패널에 다른 이가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볼만 했을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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